8·15 특별사면 명단에 홍문종 전 의원과 같은 권력형 범죄자가 포함됐다. 국민 법감정으로도, 법의 형평성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면제도의 본래 취지는 억울한 피해자를 국가 권력의 과도한 법 집행에서 구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면은 이미 그 본뜻에서 멀어져 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권력 계산 속에서 변질되어 왔다.
돌아보면 이 문제는 정권과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진보인척하던 정권도 다를 바 없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영삼의 건의를 받고 실행한, 원칙을 벗어난) 전두환 사면, 문재인 정부 시절 이재용 형집행정지 사례는 정말 실망스럽지 아닐 할 수 없다. 전두완 및 이재용의 범죄가 어디 눈감을 일인가. ‘역사 청산’의 기회는 번번이 정치적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되곤했는데 그 결과 법은 권력자의 손에 따라 멋대로 엿가락처럼 변했고, 불의는 반복되었다. 정치권은 종종 사면을 ‘통합’의 명분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통합은 처벌 없는 면죄부로 이뤄낼 수 없다. 오히려 정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가슴속에 배신감, 상처를 남긴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노인으로 접어든 나는 이재명 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가 유명하나 실상은 무실했던 자들과 다르기를. 권력 앞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기를, 권좌에 오른 후 갑자기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난 바랬다. 하지만 이번 사면을 보며 그 믿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어떤 기대조차 남지 않은 채로. 이런식이면 김건희-윤석열도 사면 될 판이다. 권력은 누구라도 변질시킬 수 있다. 자리와 권세가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고, 이성을 흐리게 한다는 것은 경험론적 진리이고, 누구든 신이 아닌 이상 당 해 낼 재간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면권은 정치인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
이재명의 손으로가 아닌, 시민의 손에 의해 사면 절차를 바꿔야 한다.
1. 사면 심사 절차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회 또는 독립기구에 사면 심사권을 부여하고, 국민참여형 절차를 도입하자.
2. 사면 대상을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 권력형·부패 범죄, 선거범죄, 반헌법적 범죄는 사면에서 원천 배제하고, 피해자의 동의를 절차화하자.
3. 사면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면 결정 시 구체적인 사유와 기대효과를 국민 앞에 명확히 설명하고 검증받게 하자.
나는 여전히 이재명이 오래전에 품었던 그의 분노를 기억했으면 한다. 나는 그가 권좌에서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동시에, 그 기대가 무너지는 (절망스런) 날이 올까 또한 두렵다. 사회정의를 향한 모든 노력이 다 헛되고 헛되지 않기를, 부디 장난스럽지 않기를. 정치적 사면은 중지되어야 한다. 그게 옳다. 역사 청산은 오직 처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처벌 없는 청산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떤 권력의 재생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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