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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솟아올랐던 나무 가지는 여름내내 자라다가 겨울이면 얼어 죽었다. 가운데가 뚝 잘려있는 이 나무는 석류나무다. 자라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나무는 몇년간 가사 상태다. 나무는 남해 바닷가 마을에서 가져왔다. 작물 도감에 따르면 석류나무는 중부지방에서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난 이 내용을 '경제적 작목이 불가능한'정도로 해석하고 줄기 성장에는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석류는 가지로도 번식한다. 늘어진 가지가 땅에 닿아 흙에 덮히게 되면 거기에 뿌리가 생긴다. 적당한때 이 가지와 뿌리를 잘라 옮겨 심으면 나무로써 완전한 독립개체가 된다(휘묻이).
몇 년 전 가지에 뿌리가 달린 상태로 옮겨온 석류나무는 문 앞 화단에 심겨졌다. 벽이 있었으며 햇빛이 잘 들어오는 위치였다. 나무는 멀쩡해보였다. 첫해 겨울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으니까. 이듬해 4월 나무를 개활지인 노지에 옮겨 심었다. 텃 밭의 끝 위치였다. 여름이 되자 옮긴 자리가 괜찮았는지 나무의 중앙에서 곧은 가지가 씩씩하게 올라왔다. 얼마나 기세좋게 자라던지 마치 눈 앞에 석류가 매달려 있는것 같았다. 굵어진 가지는 7~80cm정도로 커졌다.
그 해 겨울 방풍막 없는 노지에서 나무는 냉한 바람을 맞았고 다시 돌아온 봄, 발견된 가지는 바짝 말라 있었다. 이 지역의 겨울 기온으로는 턱도 없던 거였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생기를 잃다니...)
이놈이 내게 말한다. 미안해하라고 한다. 봄이 찬란해지자 여린 가지와 잎을 내밀며 작년 겨울엔 정말 추웠다며. 여름내내 더 크게 자랄 가지들은 여지없을 것이다. 이 지역 겨울을 넘지 못할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땅위로 튀어나온 굵은 뿌리마저 부실해 보인다. 두 해다. 연거푸 이런 장면을 보았으니 더 모른척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한랭기때만이라도 보온막을 씌워놓든가 옮겨온 마을로 도로가져다 놓든가 해야지 미안하고 불쌍하여 이대로는......
▲ 5월 나의 석류나무는 이렇다. 볼때마다 미안하다. 실패작. 꼭 그 모습이 나를 보는듯 하다. 반복된다면 방치할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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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는 않지만 텃밭을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은 호박 모종이다. 모처럼 방문한 누나가 시장에서 들고온 재래종 호박 모종이 시작이었다. 매해 씨앗을 받아 보관하고 봄이 되면 다시 심고 그렇게 몇년을 넘어오고 있다. 예외없이 정확하다. 가을에 씨를 받아 이듬해 다시 심으면 어김없이 싹이 올라온다.
▲ 지속 씨앗을 심는 이유는 (동생을 늘 측은히 여기고 혜아리는) 누나의 고마움 때문이다. 심지않으면 고마움을 잊은듯 비추어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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