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이 학살, 윤간을 보도한 Ronald Haeberle의 LIFE기사. 왼팔로 아이를 잡은채 한손으로 단추를 채우는 여인은 사진이 촬영되기 직전 미군에 윤간당했다. 미군은 이들을 윤간한 후 살해 하였다. 이들은 모두 죽었다. 이날 밀라이 마을의 베트남인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 학살 당했다.
현대사의 조사관 고상만씨가 기고한 베트남 전쟁 민간인 피해자들에 대한 오마이뉴스 기고 제3편을 읽자하니 분노가 치민다. 미국군 뿐만아니라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충격적이기만 하다. 베트남 피해자 그들은 종전 후 곳곳에 증오비를 세우고 비석에 이렇게 한을 새겨 넣었다. 너무도 미안하여 태연히 읽어 내려 갈 수가 없다.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저질렀다. 수천 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가옥과 무덤과 마을들을 깨끗이 불태웠다. (중략) 모두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었고 겨우 14명만이 살아남았다. 미 제국주의와 남한 군대가 저지른 죄악을 우리는 영원토록 뼛속 깊이 새기고 인민들의 마음을 진동토록 할 것이다.
그들은 비단 양민 학살뿐만 아니라 온갖 야만적인 수단들을 사용했다. 그들은 불도저를 갖고 들어와 모든 생태계를 말살했고, 모든 집을 깨끗이 불태웠고, 우리 조상들의 묘지까지 갈아엎었다. 건강 불굴의 이 땅을 그들은 폭탄과 고엽제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불모지로 만들었다."
미국은 훗날 사건들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조사를 하고 당사자를 처벌하며 사과해왔으며 지금도 그 사과는 진행형이지만, 우리 한국의 태도는 어떠한가. 사과는 커녕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다. 베트남 전문가인 구수정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상만씨 기사에 실린 그의 말을 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러분. 그런데 아세요? 이 일을 당한 베트남 피해자분들의 후손이나 당사자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지? '어차피 이런 학살을 피할 수 없었다면 차라리 미군에게 당할 걸, 왜 우리는 한국군에게 죽임을 당해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하느냐'고 합니다. 정말 이게 말이 됩니까?"
참으로 한심한 나라요, 부끄럽기 이를데가 없다. 베트남 양민 학살을 자행한 한국군의 만행은 수많은 증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증언들은 내가 베트남을 부끄러움없이 어떻게 대할것이냐는 고민에 빠지게 한다. 한국전쟁에서 자국 정부에 의한 또는 외국군대에 의한 끔찍한 집단학살을 당했던 우리 역사는 아무런 교훈을 남기지 못했나. 이땅에서 반인륜적 범죄가 되풀이 되어도 범죄시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하기사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권력집단의 민간인 집단 학살을 단 한번도 처벌해본적이 없는 나라에서 무슨 수로 미래의 학살을 죄악시 하고 처벌 하겠다는 것인가.
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갓 피어난 젊은이들 가슴팍에 `조국근대화의 기수`라는 표장을 달아주며 공명심을 키우게 하던 그 시대, 우리의 한 쪽에는 이러한 야만적 가해가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그들은 대가를 치르겠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영화 브이포 벤데타의 한 대목이다. 국민의 무관심은 만연해 있다. '왜 과거를 들먹여 미래의 발목을 잡느냐'. 이런 뻔뻔한 가해 집단의 적반하장인 태도는 다 무지한 국민의 의식에서 기초한다. 감시자가 잠을 자는 판이니 저들은 얼마나 쉽겠나. 이러니 과거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해가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밑바탕인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질게 없다. 진보 정부든 수구 정부든 주권자의 '무지하심'을 거스른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과거 한국전쟁 전후로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있다.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과거사조차도 규명 되어야 할 과제에서 제외된 마당이다. 아니 내 아버지를 죽였고 내 누이를 노리개로 삼은 일본에 주저없이 영혼을 판 자들이 온당히 청산되지 못한 마당이다. 타국에 달러벌러 갔고 거기서 자유베트남을 외치며 목숨바쳐 나라지켜주며 빨갱이에 총질 좀 했기로서니 그런 사실이 사과의 이유가 되느냐며 그런 야만적인 총질을 한 적 없다는 말이 주저없이 나오는 마당이다.
현실 주변은 상상이상이다. 말 꺼내기가 무섭다. 그 야만스러움과 무지함에 분노하여 손이 다 떨린다. 난 기사를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고 저절로 눈물도 나오기도 하고, 역사책 한권 제대로 읽어오지 않으며 생각없이 젊음을 편식해온 내 인생이 부끄럽기만 한데,
'덕분에 달러를 벌었다. 미국의 원조가 컸다',
'그래 이제 좀 뱃대지가 불러오니 불평하는거냐'
'한국은 박정희식 독재가 필요했고 독재는 여전히 필요하다'
' 인간사 다 그렇게 사는거다'.
일년전 어느 50대의-똥통학교 동창이라고 부르기도 참 민망한- 입에서 터져나오는 문장인즉 저러했으니.
난 이러한 반인륜적 의식에 대하여, 죽을때까지 분노하고 죽을때까지 저항하련다. 이명박근혜로 불리는 보수(?)의 집권은 (사회의 수구꼴통화가 아닌) 도리어 사람들의 역사 인식을 깨우고 있다. 화산이 분출전 지하 힘이 응축되는 식이다. 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늦게나마 나를 공부하게 만든 임영박에게 상을 내려야 할 판이다. 그가 모든 국정을 엉터리로 만들어버린 탓에,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난 어둠으로 부터 벗어나 개안을 하게 된 셈이니 역설적으로 어쩌면 그는 내게 '공로가 인정된 자'로 불릴지 모른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만행에 부쳐, 고백하노니 나는 무식의 대열에 서 있었다. 그 무관심 무지함에 예외가 아니었던 내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2016.10 추가, [기사] 한국군은 왜 응우옌티탄의 가슴을 도려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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