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꼴통...

쓰기 2022. 1. 24. 13:07

옆집에 시골서 약국하던 사람이 약국문을 완전히 닫고 이사왔다. 이 분 왈, 코로나백신은 유전자변형을 일으킨단다. 백신을 3번이나 맞은 내게 '의외'라며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내 얼굴에 대고 충격적인 한마디 덧붙였다.
"거... 백신 안맞게 생겼는데, 의외네..."

그는 백신을 맞지 않은 자신이 길다니기 편하게 방역패스 좀 안했으면 좋겠단다.  내가 난처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남사람들은 영남사람들에 비하여 배려심이 없어요..."

그는 이사오기전 이웃인 옆집 이야기를 꺼냈다.  '음식물 지꺼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는 잔소리 통에 애를 먹었다는 거였다.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호남 지역인 "부안 방폐장 건설이 반대가 심했는데 결국 어디로 간 줄 아세요?".

갑자기 웬 부안?  최근에 내가 모르는 원전관련 큰 뉴스가 있었나?  깜짝 놀라는 내게 그는 '경주로 갔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그런일이?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왜 이렇게 몰라요" 라며 정중하지 못한 말투로 말했다.
  
"언제? 어... 그런일이 있었나요? 옛날 이야기 아네요 그거는?"
( 20년전 일었던 일을 마치 어제 뉴스인냥 말하다니...)

"방폐장 수용 포화상태 일텐데, 100년마다 새로 지어서 다시 옮겨야 하잔아요?"
뜬끔없는 그의 방폐장이야기에 내가 응수하자 그는 "내 생애에 피해 안봐요..."라며 말라있는 겨울나무 처럼 건조하게 말했다. 자신이 꺼낸 이야기이면서.  양보 안하는건 민폐이고, 자신만 피해 안보면 누구든 피해를 입는것은 해악이 아니라는 이 이상한 논리는 뭔가?

그는 자신의 말에 적응 못하고 있는 내상태를 눈치 채지 못한듯 했다.  내용은 고사하고 연신 내리 퍼붓는 뭔가의 계몽적 훈계 같은.  논리는 고사하고 그 말투와 태도가 그렇지 않아도 대화를 방해하고 있었는데... 내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나 했는데 이윽고 그는 결정적 한마디를 했다. 정리하자면 이런이야기였다. '지역 이기주의 호남, 방폐장 허락한 경주는 은혜의 영남'  

백신 접종건에 이어 이 분,  새끼줄처럼 배배꼬여 있는지 불만섞인 어투로 실언 연발이다.  지역에 대한 선입견은 있을 수 있으나 방폐장 시설 반대에 관한 것은 단지 지역 이기주의 만으로 가볍게 치부 할 수 있는 현상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 중차대한 환경문제가 이런 시시한자리에서 잡설로 소비되고 있고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약대를 졸업한 그가 mRNA백신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라는 흔들림없는 확신까지...  이 분 최근 제약이나 백신개발 조직에서 (유전자 변형을 확신할 만큼) 일해 본 적이 있으신가. 무슨 근거로 저렇게 확신을 하지? mRNA백신 제조기법이 설마 하루아침에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스위스 국경 지하의 거대입자가속기가 처음 가동되기 며칠전인 어느날,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어떤 사람이 말했다. "가속기가 분열되어 지구에 큰재앙이 닥칠거다".  분명히 확신 할만한 별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무말이나 대잔치를 늘어놓았다. 그런 가운데 유럽입자물리연구소측은 인류최초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실험 이전에 쏱아졌던 아무말 대잔치들을, 루머들을 납짝하게 만든거다. 

사실 이런 비유조차 필요 없다.  저런 행동은 이 시골구석에서도 자신이 약대출신임을 은근히 뽐내며 대접받고자하는 열등감의 표출임을 일찌기 알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심리인거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무렇게나 말하던 이 분의 특유한 말투가 떠오른다.
"코로나로 사람 좀 많이 죽어야지 주가도 오르고 인구문제도 해소되고..."

당연히 농담으로 들었지만  이제 너머로 조금씩 보이는 그의 태도를 보면 농담만은 아니었던거였다. 간간히 나누었던 의미없는 대화들이 쌓이다보니 이제 평가를 내릴 정도가 되었다. 대체적으로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른 답변을 요구하는 식의, 좀 특이한 대화법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이 분께옵서 매번 두드러지게 쓰는 말이 있다. 
"(그것도) 몰라요?"

그는 툭하면 "몰라요?"다.  묘한 뉘앙스에 아주 진한 사투리로. 그말을 "몰라요"로 해석하면 안되는 거였다. "나 당신의 말에 불만이 있어요"란 뜻인거였다. 일찍이 이걸 눈치 채지 못하다니...
오오.. 하느님.

그 마음에 불만이 그렇게 가득해서야 주변 사람들이 어찌 편히 살것나. 아이고... 어떤 '꼴통'. 부디 그 분에게 자신이 매일 자랑하는 뛰어난 지각이 작동되기를.   
 

Posted by 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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